21년도 4월 작업들
22년 2학기 말 작업들
22년 1학기 중순 작업들
정유정 작가의 소설들
스페이스 사루비아에서 했던 정수의 전시를 보고
수영이는 나에게 저런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었다.
재작년 자우림 콘서트를 함께 갔었다.
작업실에 짙은 노래를 자주 틀어두었다.
이소라의 트랙 나인
담배술영에게
배수영아~ 남영이다. 거기는 좀 어떠니 편안하니.
제작년 2월 큰아빠 돌아가셨을 때 큰아빠께 여기에 편지를 썼었는데, 너에게도 쓰려고 노트북을 켰어. 너한테 편지를 다 쓰고 나면 너를 잘 보내줄 수 있을까 싶어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고 너의 함을 보고 납골당까지 가서 너 이름이 적힌 걸 다 보았는데도 사실 아직 안믿겨. 너 몸이 너무 작아졌더라. 그 관안에 너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았어. 나 아마 평생 못믿고 살 것 같은데 어쩌냐.
수영아 나 너무 마음이 아파.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게 두달 전쯤 12월 28일 애들끼리 연말겸 크리스마스 겸 다같이 모인 날이었는데, 그때 너가 오늘 술 먹자!! 했는데 우리가 아 나 오늘은 술 쪼금 마실래~~ 하고.. 2차도 너가 술 먹고 싶다고 했는데 카페가자그래서 카페가고.. 그때 같이 술 먹고 너 얘기를 좀 들었으면 좋았을 걸 싶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마음은 어떤지 그래도 조금 깊은 얘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친구 말처럼 합정에 있는 호맥도 한번 같이 갈걸. 너가 되게 좋아했을 것 같아.
너가 없는 우리 8명 단톡이 말이 안돼. 넌 항상 보자고 했고, 같이 만날 때 조금 늦참을 하쥐만(인기쟁이여서 그랬던거 이해해) 그래도 한번도 뺴지 않고 항상 나와줬어. 우린 매년 여행을 갔었는데 그치. 우리 강릉 놀러갔을 때가 진짜 기억에 많이 남는데 현진이랑 너랑 나랑 셋이서 흔들 벤치에 앉아 콜플 fix you틀고 강릉 밤바다보면서 담배핀 건 진짜 잊지 못해. 이 자식아 내가 너때문에 담배 맛을 알게됐어. 내가 그때 여행 이후에 배수영아 나 망했다. 강릉 밤바다 이후로 담배맛을 알아버렸다. 라고 하니까 밤바다와 담배의 조합은 담배계의 치맥이라나 뭐라나.. 그랬다.ㅋㅋ 톡으로. 강릉 갔을 때에도 을왕리 갔을 때에도 이 착한 놈이.. 너가 고기굽고 너가 조개 굽고 있더라. 이제는 누가 구워줘 진짜로..
수영아 난 너의 40대 50대를 상상을 많이 했었어. 너가 쓴 소설들을 묶어서 몇 권 책으로 출판도 하고, 작업자가 되어 전시도 하며 멋지게 늙었을 너를 정말 기대를 많이 했었어. 내가 외국에 있다가 돌아왔을 때 종종 얼굴 보며 같이 담배도 피고 술도 먹고 예전 이야기도 하면서.
전에 사루비아에서 정수님 전시 봤을 때 내가 너가 좋아할 것 같아서 추천했었는데, 너가 그 전시가 너무 너무 좋았다고. 난 정말 저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정수님 전시를 다시 보게 된다면 너 생각이 정말 많이 날 것 같아.
너가 가고 나서 너 인스타 들어가서 너 작업들을 다시 봤어. 고요하지만 안에가 꽉 채워져 있는 모습들이 너를 많이 닮았더라. 밖으로 말하지 못해 너 안에서 꾹꾹 눌러 만든 것 같았어.
너가 나한테 21년도에 너가 쓴 단편 소설들 많이 보내줬었잖아. 엊그제 너가 보내준 것들 중에 바람 이라는 소설을 읽어봤어. 너도 너의 소설 속 경우처럼 날아갔던 걸까 생각이 들어. 내 마음 속에는 살아있다고 믿고 넌 죽은게 아니라 날개를 달고 날아간 걸까
평생 뭔가를 잃어버린 마음으로 살 것 같은데 아직은 어떻게 감당해야할 지 모르겠어.
친구의 말처럼 마음에 구멍이 하나 크게 뚫린것 같다.
너의 식장에서 친구에게 너가 1,2월에 너무 많이 고장나있던 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얼마나 많이 마음이 아프던지 그때의 너를 아무 말 없이 꼭 한번 안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너가 만나는 사람들이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이 헛똑똑이야. 대화가 잘 통한다고 다가 아닌거 알잖아. 너랑 함께 더 깊은 곳으로 가는 사람이 아니라 너를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건강해 지는게 더 좋은 길인거 너도 알잖아.. 친구들 말도 안듣고 이 바보 멍청이야. 이런 생각과 너 가족과 친구들을 보면 화가 나고 원망스럽기도 하면서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선택을 했을까 싶어 너무 마음이 안타깝고 아파.
너의 행동 몸짓 표정 가방 신발 악세사리 다 하나하나 생생해. 우리들에게 너의 아이덴디티가 너무 강해서,
우리 고등학교1학년 때 처음 만난 날 내가 너한테 너 안경이랑 시계 되게 예쁘다!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에 대학와서도 그 얘기를 종종 꺼냈었지. 고딩때 우리 맨날 틱틱대고 싸웠는데 기억나? 둘다 발음 안좋고 잘 못들어서 아 니 발음이 안좋은거야~ 니가 못들은거야~ 하면서 맨날 그랬는데. 같은 조가 되고 지서 선우 나 너 이렇게 넷이 학교 계단에 앉아서 밤하늘 되게 많이 봤었는데.
그리고 우리 고2때 콜플 콘서트 같이 갔던 것도 기억하지! 그때가 시험기간이라 갈까말까 했다가 또 콜플이 언제 한국오겠냐 가자! 해서 유정운이랑 셋이 갔잖아. 그때 진짜진짜 행복했었어. 콘서트 끝나고 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사람들이랑 다 같이 비발라비다도 불렀었고. 너 발인까지 다 하고 저녁에 너 친구 동휘랑 얘기를 나누다가 수영이가 고딩때 자기는 별로 안궁금한데 자꾸 자기한테 콜드플레이 콘서트 영상 보여줬다고 하더라 ㅋㅋ 너무 미쳤다고 행복했다고 하면서.
너랑 음악취향이 정말 잘맞아서 서로 음악공유도 진짜 많이 했었어. 자우림도 콜플도 더 스크립트도 이소라도 짙은도..
우리 대학와서 자우림 콘서트 같이 갔던 것도 기억나지! 그때 너가 콘서트 끝나고 나 울었다고 놀렸잖아.
너랑 함께한 음악들이 너무 많아서 특히 콜드플레이랑 자우림은 들으면 너 생각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이 날것 같아 다시 들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너무 사랑하는 수영아, 우린 늙어갈거고 40대 50대가 될텐데 넌 영원히 스물넷이네. 우리 앞으로 더 크고 좋은 소식들이 많을텐데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지 못해서 많이 슬프다. 좋은 소식들이 있을 때 마음으로 전할게.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떻게 사는게 맞을까 수영아. 아직은 답을 못찾아서 잘모르겠지만 살다보면 찾을 수 있겠지.
이 편지를 며칠에 걸쳐서 쓰고 있는데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아직은 혼자서 멍을 많이 때리고 사고가 잘 안되긴 하지만 이젠 많이 울지는 않아. 난 여기서 잘 살고 주변사람들 잘 챙기면서 살고 있을게. 너가 어디로 갔을진 잘 모르겠지만(뭔가 바다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 사실 내가 그렇게 믿고싶은 걸수도) 너가 있는 곳에서 외로워하지말고 술은 적당히 마시고 꼭 행복하게 있어
너의 가족분들, 내 주변 사람들 모두 몸 마음 둘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많이 사랑한다
이만 마칠게
남영이가